Home문화책 추천소설 '칼의 노래' : 김훈 작가가 그리는 충무공 이순신

소설 ‘칼의 노래’ : 김훈 작가가 그리는 충무공 이순신

김훈, 문학동네 - 한국문학전집 014

칼의 노래

이순신 장군이 정유년(1957년) 옥고를 치르고, 다시 수군통제사에 임명되어 노량해전(1958년)에서 전사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이순신 장군의 시점으로 서술한 책. (기대 이상으로 인간적인 모습에 슬프기까지 해서, 근데 또 글은 너무 덤덤하게 쓰여져 있어서 슬프다. 몇 번이나 눈물 쿰쿰 했다.)

<책 속 문장>

p.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피는 숲에 저녁 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뭍으로 건너온 새들이 저무는 섬으로 돌아갈 때, 물 위에 깔린 노을은 수평선 쪽으로 몰려가서 소멸했다.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 속으로 불려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바다에서는 늘 먼 섬이 먼저 소멸하고 먼 섬이 먼저 떠올랐다.

p.
나는 정유년 4월 초하룻날 서울 의금부에서 풀려났다. 내가 받은 문초의 내용은 무의미했다. 위관들의 심문은 결국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헛것을 쫓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언어가 가엾었다. 그들은 헛것을 정밀하게 짜맞추어 충忠과 의義의 구조물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바다의 사실에 입각해 있지 않았다. 형틀에 묶여서 나는 허깨비를 마주 대하고 있었다. 내 몸을 으깨는 헛것들의 매는 뼈가 깨어지듯이 아프고 깊었다.

P.
내 셋째아들 이면은 나보다 먼저 적의 칼에 죽었다. 적의 칼이 아비 자식의 순서를 따라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정유년 명량 싸움이 끝나고 내가 다시 우수영으로 수군진을 옮긴 가을에, 면은 아산 고향에서 죽었다. 면은 어깨로 적의 칼을 받았다. 적의 칼이 면의 몸을 세로로 갈랐다. 죽을 때, 면은 스물 한 살이었다. 혼인하지 않았다.

p.
끼니 때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를 피할 수는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게 쉴 새 없이 밀어닥쳤다. 끼니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도 없었고 옆으로 밀쳐낼 수도 없었다. 끼니는 새로운 시간의 밀물로 달려드는 것이어서 사람이 거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 먹든 굶든 간에, 다만 속수무책의 몸을 내 맡길 뿐이었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 되지 않았다.

<당신을 위한 플러스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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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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