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문화책 추천오한기 '인간만세' :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오한기 ‘인간만세’ :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오한기, 작가정신

귀엽고 발랄한 표지에, 그렇지 못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오한기 작가의 길지 않은 소설 ‘인간만세’입니다.

답십리 도서관 상주 작가로 활동중인 ‘나’. 창작활동 집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도서관에서 상주하는 작가입니다. ‘나’의 목표는 리얼리즘 소설을 쓰는 것뿐.

‘나’에게는 몇 가지 갈등 상대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은 고전 강독회의 유일한 회원이자 어느 화학과 대학 교수라고 하는 KC 입니다. KC는 때때로 시비 걸듯이 와서 묻습니다. 문학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소설이 무슨 역할을 하느냐 등 문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증명가능한 과학만을 찬양합니다. ‘나’는 KC가 인간의 화를 돋우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라 여깁니다.

다음은 답십리 도서관 관장입니다. 갈등의 계기가 된 것은 일제 무선 마이크. ‘나’는 동네 초등학생 민활성으로 인해 마이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때부터 갑자기 시작된 관장의 압박. 똑같은 마이크를 사다 주어도 받아주지 않고, 오로지 잃어버린 마이크, 일련 번호까지 똑같은 그 마이크 만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또 다음은 앞서 언급되었던 초등학생 민활성. 친구들과 ‘나’의 특강을 들으며 똥! 똥! 하고 똥 얘기만 나오면 자지러지게 웃던 아이입니다.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달아남과 동시에, ‘나’의 귀에 똥!이라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마지막은 대망의 진진, 자칭 상주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인간입니다. 답십리 도서관과 문학 인생을 살아온 터라 ‘나’가 진진을 제치고 상주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한 갈등은 급기야 “문학적으로 작가님을 살해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할 정도.

<책 속 문장>

P.
답십리도서관에서 상주 작가로 일한 건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였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자서전 특강, 독서 토론회 운영 따위를 하는 일종의 계약직 강사였다. 주 5일을 9시까지 출근해야 했지만 나름 만족했다.

P.
매주 토요일 서너 시, 진진은 도서관 3층에 위치한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진진은 타고난 외톨이였고, 매일 밤 자살 충동에 시달렸으며,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이게 첫날 진진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 뒤 몇 번은 상담이랍시고 이것저것 적기도 하고 훈수도 두었는데, 언제부턴가는 외톨이에 걸맞은 진진의 삶이 너무나 우울해서 듣기만 해도 벅찰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심각한데 왜 저를 찾아왔나요?

P.
고민 끝에 교수를 로봇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인간의 화를 돋우기 위할 목적으로 설계된 로봇. 예술가, 그중에서도 작가군의 분노조절장애를 테스트할 목적으로 종합병원 정신과 따위에 상주하는 로봇. 공공 기관에 특정한 목적을 지닌 채 머무는 거니까 상주 작가 신세나 마찬가지네. 그렇게 생각하자 교수를 대할 때 느껴지는 분노나 열등감 따위는 그러려니 하는 감정으로 변해버렸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교수는 내 화를 돋우기 위해 만들어진 유기체니까.

P.
대체 문학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소설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거냐고요.
이 질문이 교수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이 질문을 견딜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논리적으로 말해보세요.
대꾸를 하면 이런 반박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논리와 비논리를 따지는 사람은 승부욕이 강해서 도통 타인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기 마련이다.

P.
이거야말로 진정한 리얼리즘 아닌가. 누구나 아는 리얼리티가 무슨 리얼리티란 말인가. 리얼리티 이면의 리얼리티가 진짜 리얼리티지. 공중화장실에 그런 비밀이 있다니. 세계 정상들이 숨기고 있는 걸 보면 충분히 설득력 있지 않은가. 못 믿겠으면 동일한 내용으로 DM을 보내보시길.
기대해. 진정한 리얼리즘 소설을 보여줄게. 그렇다고 교과서에 실리고 싶은 건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라고.

<당신을 위한 플러스 알파>

+오한기 “울고 있는 인간이 억지로 만세하는 느낌”
+[책] 인간만세
+작사가 김이나의 ‘(나를 숨 쉬게 하는)보통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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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집순이 푸숑🥕 영화, 음악, 그리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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