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징용 현장인 하시마 섬 (일명 군함도) 탄광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강제 노동 역사를 충실히 알리기로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안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5년, 일본은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유산 23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본인 의사에 반해 연행되어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설명을 전시에 넣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16~31일 화상으로 열리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통해 관련 역사를 성실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은 지금까지의 위원회 결의,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약속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시마 섬은 현재 “민족차별도, 강제노동도 본 적이 없다”는 하시마 주민 증언 위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ㆍ이코모스)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산업정보센터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뒤, 한국 등에서 온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유네스코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일본 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강한 유감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 하시마 섬의 끔찍했던 노동환경을 담은 영화 <군함도>에 묘사된 이 섬은 한마디로 지옥입니다. 강제징용 노동자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바다 밑 탄광에서 목숨을 걸고 석탄을 캐며,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누운 채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비위생적인 조건에서 생활합니다. 거기다가 총칼의 감시까지 항상 받고 있습니다.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에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노기 카오리의 ‘지옥섬 하시마의 하루’란 글에서 군함도의 탄광 작업환경을 이렇게 기술했다고 합니다.
“해저탄광은 승강기를 타고 바다 속 깊이 한없이 내려가야 했다. ······ 하강 속도가 너무나 빨라 온몸이 움츠러들 정도였다 ······ 지하 수백 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탄을 모으고 올려 보내는 넓은 공간이 있고, 거기서 개미집처럼 퍼진 굴속으로 더 들어가야 했다.”
“노무 관리자는 조선인들의 감기를 병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쉬고 싶다고 말하면 몽둥이로 때렸다. 지나가는 갱부들이 한 대씩 때리도록 전봇대에 묶어두기도 했다.”
“조선인이 수용된 협소한 방은 바람이 통하지도 않고 햇빛이 들지도 않았고, 파도가 거칠어지면 바닷물이 스며들어왔다. 늘 악취가 나고 습도가 높은, 너무나 비위생적인 곳이었다. ······ 밤에 눈을 붙이려고 해도 계속 땀이 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회사측은 용돈도 안 되는 월급을 주고 나머지는 고향에 송금한다고 했으나, 고향의 가족들 대부분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회사는 저축을 강요하기도 했는데, 통장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나중에 돌려주지도 않았다.”
하시마 섬은 미쓰비시 기업을 앞세워, 조선인을 강제동원하고 학대를 자행했던 끔찍했던 과거의 현장입니다. 일본이 이런 곳을 세계유산이라고 내놓은 것도 매우 유감스러웠것만. 지금의 뻔뻔한 대응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자료출처>
日정부, 조선인 징용현장 ‘군함도’ 전시 설명 “적절” 주장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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