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추천박서련의 소설 '마르타의 일' : 동생을 위해 언니가 할 수 있는 일

박서련의 소설 ‘마르타의 일’ : 동생을 위해 언니가 할 수 있는 일

박서련, 한겨레출판

마르타의 일

우선 소설 제목의 ‘마르타의 일’이니, 마르타라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 그리스도'(1619~20) 루벤스와 브뢰겔 작, 아일랜드 국립미술관 소장

마르타
부지런한 독신 여성으로 예수가 베타니아로 오자 자기 집으로 대접을 했으며, 예수가 동생인 마리아를 앉히고 이야기하자 집안일로 바쁘다면서 여동생에게 거들어주도록 말하라고 불평했다가 예수가 많은 일에 마음을 쓰면서 걱정하지만 몇 가지만 하거나 한 가지만이라도 충분하다면서 마리아를 그대로 두라는 말을 들은 인물입니다.

마르타와 마리아를 방문하시다 : 그들이 길을 가다가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복음서, 10장 38~42절)

‘봉사녀’로 인터넷상에서 일약 스타가 된 SNS 셀러브리티 리아가 죽은 것으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리아의 개명 전의 이름은 경아, 임경아. 경아의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동생을 경아라고 불렀고, 인터넷상에서는 착하고 예쁘고 바람직한 봉사녀 리아라는 이름만 유명합니다. 마치 준비되어 있던 것처럼 급하게 마련된 동생의 장례식장에서 임용고시생인 언니 수아는 경찰로부터 리아의 휴대폰을 받게 됩니다. 다시 경찰에게 돌려주기 전, 수아는 휴대폰 안에 있는 동생의 사진 등 자료들을 백업해두기로 합니다. 그 순간 오는 메시지.

[‘경아’ 자살한 거 아닙니다.]

거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예쁘고 착한 동생의 어두운 그늘. 수아는 동생을 향한 악의적이 댓글과 비아냥. 심지어 동생의 서랍에서 낙태약과 우울증약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마리아에게 일어난 일. 그렇게 죽게 된 마리아를 위해 마르타는 언니로서, 마르타의 일을 시작합니다.

스포 없는 결말 부분에 대한 짧은 생각
언니 수아의 고난과 고통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범죄의 완성.

<책 속 문장>

P.
경아는 누군가에게 싫은 티는커녕 관심 없는 티 한 번 낸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그랬다. 티는 고사하고 걔가 진심으로 누굴 미워하고 싫어해본 적이나 있을까. 딱히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지만 굳이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이 나오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경아는 나를, 내가 사람에게 인색하게 굴 줄 아는 면을 좋아했다. 자기가 죽어도 못 하는 일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P.
“구설수가 다 본인 행실에서 나오는 건 아니야. 유명세라는 말 알지? 요새는 그냥 유명해졌다, 할 때 쓰곤 하는데 그거 원래 나쁜 말이거든. 유명, 에다가 세금 할 때 세 자를 붙인 거야. 이름 떨치는 데에 따라붙는 나쁜 부작용들을 유명세라고 해. 그래서 유명세를 ‘치른다’고 하고.”

P.
공식적으로 경아의 죽음은 자살이었고, 실제로 경아가 했던 행동들을 복기해보아도 거의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아는 살해당한 것이었다. 자살했지만 살해당했다.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경아를 죽게 만든 인간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에 대해 아주 집요하게 고민했다. 무엇이 필요할까.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야기에는.

P.
예수는 마리아와 마르다를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마리아를 다른 제자들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귀하게 여긴 것도 사실이지만 마르다는 하찮은 여자, 마리아는 특별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P.
노량진역에서 내려 고시텔로 가는 야트막한 오르막길을 걷는 동안 내가 마르타고 경아가 마리아라고 생각했던 날들을 떠올렸다. (…) 익명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마르타도 될 수 없었다. 나로 말하자면 신앙은 고사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조차 거의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르타였다. 경아가 마리아라면 나는 마르타가 되어야 했다.
그다지도 그 애를 사랑했다.

<당신을 위한 플러스 알파>

+마리아와 마르타! 그대들은 좋은 몫을 택했습니다
+‘마르타의 일’ 예쁘고 착한 SNS스타 동생이 죽었다… 언니는 그간 동생을 몰랐다
+비행운 : 김애란 소설집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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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집순이 푸숑🥕 영화, 음악, 그리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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