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문화책 추천조경숙의 '아무튼, 후드티' : 그리고 어떻게든 절망에 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조경숙의 ‘아무튼, 후드티’ : 그리고 어떻게든 절망에 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조경숙, 코난북스

조경숙의 ‘아무튼, 후드티’

주변에서 ‘후드티 애호가’로 통하는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 작가의 아무튼 시리즈.

뒷모습, 흑백사진, 창문, 심상적, 밤, 어두움, 후드티
후드티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 책에 잠깐 정체성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사람마다 여러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책을 읽는 동안 이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직업인 개발자로서의, 만화를 좋아하는 만화광, 한 때 게임에 빠졌었던 게임광, 페미니즘 활동가, 한 아이의 엄마, 또 책의 제목대로 후드티 애호가.

읽는 동안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비록, 여기에 적기에는 부끄럽지만 이 책의 작가 못지않게 ‘나’에 대해서 몇 가지 정체성을 찾을 수 있기는 했다.

<책의 목차>
전투에 임할 땐 후드티를 입는다
내 하루하루의 증인
후드티가 신분증이 될 때
B급 개발자의 워너비
소중한 것을 잃지 않고 싶어서
마음도 옷장도 하나씩 하나씩
이제는 오답 노트를 버려볼까
후드티 입은 여자는 어디든 간다
우리는 가깝지만 느슨하게
덕질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없어도 되는 사람’

<책 속 문장>

P.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서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 취향이 있기에 나는 다른 세계에 접속되어 있었고, 한 세계의 일원으로서 존속할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만 내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마저 표현하지 않으면 극도의 외로움에 나 자신을 통째로 잃어버릴 것 같았다.

P.
그러니 후드티에 대해 쓴다는 건,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나를 지켜온 친구에 대해 글을 쓰는 것과 다름없다. 어쩌면 그 후드티를 입고서 통과한 나의 삶, 자랑할 것도 없고 어찌 보면 분주하기만 한, 아직 무언가 완성형이 아닌 채로 하루하루 채워가고 있는 나의 일상의 이야기이기도 할것이다.

P.
나에게는 언제나 대전제가 있었다. 내가 뭘 얼마나 열심히 하든 나는 늘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라는 것. 매일 그날의 업무를 마치고 나면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점검했다. 다른 이들에게 말실수하진 않았는지부터 시작해서 하루를 다시 곱씹느라 내가 그날 견디고 지켜온 성취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른 이들이 뭐라 말하든 그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갈 수 있었는데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P.
나도 오랫동안 후드티 안에 숨어 지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 번째 회사에서 나는 육아휴직 중에 사표를 냈다. 사실상 권고사직이었다.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나에 대한 자괴감이 뒤엉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마음이 온통 흙빛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바로 직장을 구했다. 1년은 육아휴직하며 아이를 돌까지 키우고 싶었는데 당장 어디라도 출근하지 않으면 경력 공백이 길어지게 될까 봐서였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긴 채 새 직장에 출근했다. 아이가 생후 6개월 때였다.

<당신을 위한 플러스 알파>

+[알랑가 몰라] 흑인청년이 입었다 피살된 ‘후드티’… 1930년대 美 냉동창고 노동자들의 작업복서 출발
+김지승의 ‘아무튼, 연필’ :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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