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추천혼다 데쓰야의 '감염유희' (레이코 형사 시리즈 5)

혼다 데쓰야의 ‘감염유희’ (레이코 형사 시리즈 5)

혼다 데쓰야(이로미 번역), 에브리북

혼다 데쓰야의 ‘감염유희’

혼다 데쓰야의 ‘감염유희’ (레이코 형사 시리즈 5). 혼다 데쓰야, 혼다 테쓰야. 과연 무엇이 옳은가. 책 표지에는 ‘혼다 데쓰야’라고 적혀 있지만 예스24를 비롯한 대다수의 서점에 ‘혼다 테쓰야’로 기재되어 있다. 예전에 <짐승의 성>과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봤던 터라. 책 표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만 해도 후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혼다 데쓰야의 '감염유희' (레이코 형사 시리즈 5) 구판 씨엘북스 버전
YES24 감염유희

2013년에 출간되었던 표지와 출판사가 다른 구판. 깔끔하기 그지없는 지금의 표지와는 사뭇 다른 표지. 나름대로 시리즈인데 출판사가 다른 게 재미있다. <짐승의 성>은 북로드 출판사,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감염유희와 마찬가지로 북로드 출판사. 깔끔한 지금 이북의 표지도 좋지만 구판의 표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고로 일본 추리 범죄 스릴러는 저런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감염유희』는 레이코 형사 시리즈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앞서 나온 시리즈와는 그 성격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여기에는 발군의 이야기꾼, 혼다 데쓰야 특유의 정교하고 치밀한 소설적 장치가 깔려 있다. 기존 시리즈가 레이코를 중심인물로 삼은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베테랑 형사 가쓰마타, 전직 형사 구라타, 신참 형사 하야마가 그들로, 고유의 제목이 붙은 네 개의 장에서 저마다 다른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은 별개의 단편을 엮은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세 형사가 맡은 사건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그림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 감염유희(感染遊戱)
  • 연쇄유도(連鎖誘導
  • 침묵원차(沈默怨嗟)
  • 추정유죄(推定有罪)

이렇게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끝에 ‘추정유죄’에서 온점을 찍는 느낌. 언젠가 보았던 중국 소설. 찬호께이의 <13.67>이 떠오르기도 했다.

첫 번째 이야기 ‘감염유희’의 주인공은 가쓰마타 겐사쿠, 일명 ‘간테쓰’이다. 여주인공 레이코의 천적으로, 말과 행동이 거칠고, 동료를 자신의 공로를 가로채려는 도둑쯤으로 여기는 모습은 천박한 외설을 넘어 호쾌한 경지에까지 도달해 있다. 하지만 간테쓰는 누구보다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간파하는 중요 인물이다. 간테쓰는 기업체 임원 살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15년 전, 그 임원의 아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떠올린다. 그 임원은 전 후생성 국장일 당시 약해에이즈 문제를 일으킨 핵심 인물이었는데, 그때 피해를 본 피해자의 아버지가 복수를 하려다 그만 그 임원의 아들을 살해하고 만 것이다. 15년 후, 그 임원은 또다시 살인의 표적이 되었다. 과연 이번에 그를 노린 것은 누구일까?

두 번째 이야기 ‘연쇄유도’의 주인공은 구라타 슈지이다. 전직 형사로, 경비원으로 일한다. 살인에는 죽음으로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강하게 지닌 인물로, 미성년자인 아들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을 때도 부모로서의 괴로움보다는 경찰로서 살인자에 맞서려는 의지를 다진다. 구라타는 길거리 살상 사건을 조사하던 중 피해자인 외무성 관료가 횡령을 저질렀고, 계약직 여직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음을 밝혀낸다. 하지만 곧 아들의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경찰을 그만 둔다. 그런 구라타의 앞에 살인자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세 번째 이야기 ‘침묵원차’의 주인공은 하야마 노리유키이다. 일찍이 경시청 본부에 차출될 만큼 유능한 신참 형사이다. 중학교 때 자신의 가정교사인 여대생이 묻지마살인에 희생되는 것을 목격했지만 겁을 먹고 나서지 못했다는 데 대해 죄책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야마가 경사로 승진하면서 관할서로 내려와 일하던 어느 날, 노인들끼리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는 신고를 받는다. 장기를 두다가 한 수만 물러달라는 요구에 노인은 ‘너 때문에 죽었다’라고 외치며 다른 노인을 구타했다고 한다. 하야마는 직감적으로 이 다툼이 단순히 장기 한 수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 아님을 깨닫는다.

네 번째 이야기 ‘추정유죄’에서는 세 주인공, 즉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베테랑 형사 가쓰마타, 전직 형사 쿠라타, 신참 형사 하야마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들은 각자 기업체 임원 살해 사건, 길거리 살상 사건, 노인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을 조사하며 사건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그럴수록 표면적으로 별개인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들에는 한 가지 의문스런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범인이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중편을 통해 처음 세 개의 단편에서의 세세한 부분이 전체 구도의 복선이었음이 드러난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그 정보를 손에 넣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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