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추천정혜덕의 '아무튼 목욕탕'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

정혜덕의 ‘아무튼 목욕탕’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

정혜덕, 위고

정혜덕의 ‘아무튼 목욕탕’

정혜덕의 ‘아무튼 목욕탕’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 평생 목욕탕에 가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관심도, 흥미도, 가보고 싶다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 책을 읽는 순간 훌쩍 목욕탕으로 향하고 싶어졌다. 언젠가 보았던 <아무튼, 여름>을 읽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

“피곤이 밀푀유 나베처럼 차곡차곡 쌓인 저녁 8시,
나는 목욕탕에 간다.”

[아무튼 시리즈]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는 각막에 초미세먼지가 낀 것처럼 눈앞이 흐릿한 날, 어깨는 묵직하고 목은 뻑뻑한 병마개처럼 굳은 날, 온종일 종종거리며 이런저런 일에 치인 날, 결국엔 얼었다 녹은 오징어처럼 몸이 축 처지는 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목욕탕을 찾아 온탕 깊이 몸을 담가온 목욕탕 애호가의 이야기, 『아무튼, 목욕탕』이다.

리디북스 아무튼 목욕탕 화면
리디북스 아무튼 목욕탕

“유리문을 열면 온몸이 따뜻한 기운에 휩싸인다. 각종 비누와 보디클렌저, 샴푸 향이 살냄새, 물 내음과 뒤섞여 콧속으로 밀려든다. 목욕탕에 들어와 겨우 숨 한 번 들이쉬었을 뿐인데 몸과 마음이 반은 녹은 것 같다. 사람들의 말소리는 타일 벽과 바닥에 부딪혀 부서지고 울리다가 물소리와 합쳐져 귓가에 번진다. 명확하게 인식되는 소리가 없어서 오히려 안심이 된다. 알아들어야 할 말, 듣는 순간 반응해야 하는 말에 치였던 귀가 비로소 쉴 수 있다.”

“온탕에 푹 들어가 앉으면 물이 턱밑에서 찰랑거린다. 적당하게 따뜻한 물에 목만 내놓고 앉는다. 평소에 의자 없이 바닥에 앉는 일이 별로 없고 그런 자세로 오래 앉아 있기도 쉽지 않은데 온탕에서만은 예외다. 참선이나 명상을 하듯 마음의 요동 없이 차분히 몇 분간 머무른다. 몸에 온기를 채우는 것, 오직 그것에만 집중한다. 이 자세로는 심장이 압박을 받기 때문에 따뜻한 충만감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물에서 일어나 온탕 턱에 걸터앉았다가 다시 푹 앉기를 반복하고, 탕 안에 사람이 적을 때는 온탕 턱에 팔을 걸치고 엎드리기도 하면서 십여 분을 보내면 입 가장자리에 찝찔한 땀방울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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