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문화책 추천화이트 호스 _ 강화길 (고딕 스릴러, 한국 소설 추천)

화이트 호스 _ 강화길 (고딕 스릴러, 한국 소설 추천)

강화길, 문학동네

화이트 호스 _ 강화길

예전에 아르테에서 나왔던 짧은 소설 <다정한 유전>을 적당히 잘 보고, 두 번 째로 접하게 된 강화길 작가의 소설 <화이트 호스>.

처음에 집어 들었을 때는 단편집인 줄 모르고 ‘고딕 스릴러’라는 말에 이끌려 중세나 근세를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인 줄 알았다. 아니면 그에 비할 만한 소재가 있다든가. 전혀 아니었음. 오해였음.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지금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강화길의 두번째 소설집 『화이트 호스』가 출간되었다. 『화이트 호스』에 이르러 이제 강화길의 여성 인물들은 ‘모든 것을 아는 화자’의 자리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한 끝에 한결 넓어진 이들의 시야에는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만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처럼 여성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가 서늘하게 비친다. 마치 유령처럼 설핏 드러났다가 모습을 감추는 이러한 구조를 강화길의 인물들이 감지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서스펜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감각할 수 있는 더욱 내밀한 긴장감이 소설의 치밀한 구성을 통해 배어나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서서히 잠식해간다.

왜 여자들은 비릿한 애증을 안고 살아야 했는가
왜 어떤 이들은 영영 아무것도 모를 수 있는가
전 세대 여성의 서사를 꿰뚫는 날렵한 질문

화이트 호스 표지

왜냐하면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 테니까. 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너는 코스모스를 꺾은 이유가 사실 당신 때문이라는 걸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나를 이해해주냐는 외침을 언젠가 돌려주고 말겠다는 비릿한 증오를 품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때문에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네가 진짜 악역이라는 것을.
— 「음복」 중에서

앞으로 다가올 일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나는 그녀와 나란히 앉아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들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물의 차디찬 느낌을 만끽하면서, 몸에 스며든 송진 냄새를 맡으면서 해가 저무는 걸 구경했다. 노래가 계속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는 네가 이끌어줄 사람이 아니야. 나는 공주가 아니고, 이건 동화도 아니란다. 나는 너의 화이트 호스가 필요 없단다.
— 「화이트 호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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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집순이 푸숑🥕 영화, 음악, 그리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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